[UFC224] 리뷰 : 소문 안 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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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224

[랭크5=유하람 기자] 흔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한다. 반면 정작 ‘대박’은 기대를 걸지 않았던 데서 터지기도 한다. UFC 224는 주목도 낮은 여성부 챔피언십과 다소 타이틀전과 거리가 먼 선수들이 주로 자리를 채우며 ‘대진이 부실하다’는 우려를 샀다. 뚜껑을 열어보니 UFC 224는 낮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명경기가 속출한 끝에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1경기 : 비토 벨포트 vs 료토 마치다

“카운터 스페셜리스트 맞대결다운 결말”

– 마치다는 아직 죽지 않았다

벨포트와 마치다는 한때 ‘카운터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듣던 타격가들이다. 벨포트는 빠른 핸드스피드와 폭발력으로 치고 들어오는 상대 턱을 사냥했고, 마치다는 기묘한 리듬으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 나이로 40줄에 들어선 지금도 UFC 랭킹 안에서 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클래스’는 입증 가능하다.

비록 두 선수 모두 약물 파동 이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중론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경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이번 대결은 그들에게 기대하는 그림을 완벽하진 않아도 썩 만족스럽게 군현해냈다.

두 선수는 많은 공격을 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수싸움을 벌이며 순간적으로 위협할 뿐이었다. 벨포트는 펀치러시를 치고 나갈 타이밍을 쟀고 마치다는 원거리 킥으로 견제했다. 이 균형을 깬 건 마치다였다. 마치다는 2라운드 전략을 수정해 초반 벨포트의 펀치 싸움에 응해주며 상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벨포트가 자기 손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 기습 프론트킥을 꽂으며 경기를 끝내버렸다.

카운터 타격가와 카운터 타격가의 대결답게 승패는 한 방에 갈렸다. 벨포트 입장에서는 은퇴전에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격이 됐지만 어쩌면 다사다난한 그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기엔 적합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반면 마치다는 여전한 탄력과 재치를 선보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제3의 전성기’까지는 무리더라도 그에게 다시 기대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2경기 : 존 리네커 vs 브라이언 켈러허

“제발 감량만 잘하자”

– 리네커의 리네커다운 경기

존 리네커의 실력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시무시한 펀치와 맷집으로 상대를 박살내는 파이팅을 싫어하기도 쉽지 않다. 정작 그가 잘 될듯 말듯 안 되는 이유는 자기관리 때문이었다. 그는 과거 앤소니 존슨을 연상케 할 정도로 상습적인 계체 실패로 악명을 떨쳤다. 한창 연승가도를 달릴 때도 타이틀전에 가지 못했던 이유도 달리 없었다.

그래도 밴텀급 월장 이후 조금씩 체중 조절에 안정감이 생겨서일까. 리네커의 최근 행보는 ‘궤도에 오른다’는 인상이 강하다. 밴텀급 전향 이후 이번 대회 직전까지 5승 1패. 유일한 패배는 현 챔피언 TJ 딜라쇼에게 당한 것이다. 존 도슨을 넘어서고 마이클 맥도날드를 3분도 안 돼서 때려눕힌 리네커를 막을 선수는 밴텀급에 그리 많아보이지 않았다.

이번 경기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얼마 전 헤난 바라오라는 빅네임을 꺾으며 상승세를 탄 브라이언 켈러허는 리네커 상대로도 꽤 선전했다. 가드가 부실한 리네커 스타일에 맞춰 헤드헌팅 복싱을 들고 나왔고, 이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리네커는 고집스러우리만치 라이트 바디-레프트 훅 콤비네이션을 노린 끝에 3라운드 중반 그의 턱을 돌려버렸다.

분명 리네커는 재능 넘치는 파이터다. 코디 가브란트-TJ 딜라쇼-도미닉 크루즈 삼대장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앞까지 갈만한 선수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많지 않다. 감량만, 감량만 잘한다면 분명 그는 현실이 될 수 있다.

3경기 : 맥켄지 던 vs 아만다 쿠퍼

“누구나 그럴싸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한 대 맞기 전까진”

– 아만다 쿠퍼, 도대체 왜?

주짓수 무대에서 활약하던 선수를 복싱으로 잡겠다. 분명 괜찮은 전략이었다. 아만다 쿠퍼가 ‘클래스’ 운운할 선수는 아닐지언정 TUF를 뚫고 들어온 경쟁력 있는 파이터는 맞다. 하지만 오늘 보여준 경기력은 정말 상상 이하였다. 펀치 싸움을 걸어놓고 ‘난 오버핸드 라이트만 노린다’고 온 몸으로 말하는 맥켄지 던에게 한 방에 쓰러진다라. 그야말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물론 문제는 맥켄지 던에게도 있었다. 한 두번 경기 뛴 것도 아닌 베테랑이 3kg 계체 초과로 벌금을 물고 시작하질 않나, 여전히 안정감이란 찾아볼 수 없는 스탠스 등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여럿 보였다. 하지만 그 맥켄지 던의 단순한 전략 수행에 일찌감치 나가떨어지는 쿠퍼는 실로 처참했다.

경기 자체는 시원시원하니 보는 맛이 있었지만, 사실 내용을 따져본다면 그렇게 훌륭하지만은 않았다. 맥켄지 던은 이제 랭킹 진입을 노리겠지만 이대로는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아만다 쿠퍼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다. 여러 모로 재미’만’ 있었던 경기였다.

준 메인이벤트 : 호날도 자카레 vs 켈빈 가스텔럼

“이긴 자가 모든 걸 가져간다”

– 진짜로 흘리는 악어의 눈물

리네커에 가려지긴 했지만 재능과 반비례하는 체중조절이라 하면 켈빈 가스텔럼을 빼놓을 수 없다. 통칭 ‘돈가스텔럼’, ‘돼스텔럼’이라 불릴만큼 그는 심각하게 굵고 못뺐다. 어떻게든 체격에서 이점을 가지고 싶어 웰터급에 남으려 애썼지만 그의 체지방은 그를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가스텔럼은 미들급 월장 후 오히려 좋은 컨디션으로 스피드를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전하고 있다.

반면 자카레는 ‘악어의 눈물’ 소리를 들을 만큼 타이틀전을 향해 처절한 행군을 벌이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경기력으로 5연승을 거뒀지만 타이틀전은 받지 못했고, 이후에도 논란의 판정패 등 일이 자꾸만 꼬였다. 로버트 휘태커에게 무난하게 패한 지금 다시 한국 나이로 40에 들어선 그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자리를 찾은 신동과 악에 받힐만큼 절박한 베테랑이 만나서일까. 경기는 상상 이상으로 치열했다. 1라운드는 무난히 악어표 그래플링이 빛을 발했지만, 2라운드에는 스테미너와 맷집을 앞세운 가스텔럼이 자카레를 쓰러뜨렸다. 3라운드에는 두 선수 모두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5:5 싸움을 벌였다. 누가 채점해도 승패를 가리기 애매한 경기였다.

옥타곤 판정단은 가스텔럼 편이었다. 또 분루를 삼키는 자카레가 안타까우면서도 드디어 가스텔럼이 치고 올라가겠다는 기대가 생기는, 복잡미묘한 감상이 드는 판정이었다. 다행히도 두 선수는 결과에 수긍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이다. 경기 후 백스테이지에서 서로를 추켜세우는 모습은 종합격투기가 어떤 무도인지 보여주는 훈훈한 장면이었다.

메인이벤트 : 아만다 누네스 vs 라켈 페닝턴

“압도적인, 너무나 압도적인

– 누네스의 천하통일

론다 로우지 시대 종결 이후 여성 밴텀급은 잠시 춘추전국 시대에 빠졌다. 홀리 홈이 로우지를 압살하며 새로운 독재자가 되는 듯했으나, 미샤 테이트가 영리한 운영으로 그를 끌어내렸다. 드디어 테이트가 자리를 잡는가 싶은 순간 그를 때려눕히고 등장한 게 바로 아만다 누네스였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누네스가 그대로 천하를 통일하는 분위기다.

캣 징가노, 알렉시스 데이비스 등에게 막힐 때만 하더라도 누네스는 ‘힘 좋고 주먹 아픈 1라운드 파이터’ 정도였다. 최대 난적 발렌티나 쉐프첸코를 두 차례 극복한 지금 그는 5라운드까지 싸우는 방법까지 체득한 괴물이 됐다. 이제 아만다 누네스는 라켈 페닝턴이 분전한다고 어떻게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경기는 심하게 일방적이었다. 3라운드 누네스가 페이스를 낮출 때도 페닝턴은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니킥 폭격에 코뼈가 부러져도 계속 싸우는 투지만큼은 대단했지만 그뿐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백포지션에서 쏟아지는 파운딩에 피를 쏟아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당분간 누네스는 상대가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홀리 홈 등 그를 견제할만한 장신 타격가들은 페더급으로 올라갔고, 랭킹 2위인 페닝턴은 보란듯이 압살했다. 일각에서는 로우지의 타이틀 방어 기록을 깨겠다는 관측도 벌써 나오고 있다. ‘누혜련’의 독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만 할 듯하다.

총평

“소문 안 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

UFC 224는 그야말로 저평가된 대진의 연속이었다. 랭커도 다수 포진됐고 챔피언십까지 있었음에도 이번 대회는 브라질 내수용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마치다와 벨포트는 ‘퇴물’이라는 조롱을 우습게 만드는 한끝 승부를 벌였고, 존 리네커는 다시 한 번 돌주먹을 인증했다. 자카레와 가스텔럼은 영혼까지 불태웠고 누네스는 본격적인 장기집권에 들어갔다.

까보기 전엔 모르는 것이 종합격투기라는 말이 있다. 세상 어떤 일이 쉽게 예상할 수 있겠느냐만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큰 스포츠라는 뜻이다. 이는 비단 한 경기에서 예상이 뒤집히는 수준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저평가 받는 선수들이 아예 단체로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날도 있으며, 이번 대회는 바로 그 좋은 예가 됐다. 기억하자. 종합격투기는 그 어떤 업계보다 ‘언더독’이 빛나는 세계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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