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관장의 격투기 일본어 – 오야지 배틀(おやじ,おやじ バト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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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만이 출전할 수 있는 일본 입식격투단체 ‘나이스 미들’ ⓒ나이스 미들 홈페이지 캡쳐

[랭크5=남일 칼럼니스트] 안녕하십니까. 남일 관장입니다. 오늘은 ‘아재’들의 격투기, 오야지 배틀(おやじ,おやじ バトル)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おやじ(오야지)
おやじ バトル(오야지 바토루)

일본어로 おやじ오야지라는 말은 아버지를 뜻합니다. 우리말의 ‘아재’라는 말로도 쓰기도 하죠. 비슷한 말로 おじさん오지상이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오야지라고 말하면 실례가 되기도 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バトル바토루는 배틀, 즉 영어 BATTLE을 일본어로 적은 것입니다.

おやじ バトル오야지바토르는 일본 중년 남자들의 격투기 경기입니다. 일본의 여러 격투기 단체들이 이おやじ バトル(오야지바토르: 이해하기 편하게 오야지 배틀이라고 말하겠습니다)를 진행했습니다. 35세 이상 또는 40세 이상의 선수 경험이 없는 남자들 가운데 뒤늦게 격투기(입식, 또는 종합)를 수련하다가 링에 올라 싸우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이벤트적인 행사로만 진행했습니다만 경기 숫자가 많아지자 따로 분리하여 오야지 배틀 만을 진행하는 단체들도 생겨나게 됐습니다.

오야지 배틀을 진행한 단체 가운데 ‘안티에이징 파이트 – 나이스 미들'(ANTI-AGEING FIGHT NICE MIDDLE)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멋진 중년의 격투기’라는 뜻의 이 단체는 중년에 격투기를 시작한 선수들만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입니다. 선수의 안전을 위해 정강이 보호대와 16온스의 글러브를 착용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입식격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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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장식한 선수들은 모두 중년이다. ⓒ안티에이징 파이트 - 나이스 미들의 포스터

‘MIDDLE’. 가운데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정중앙을 나타내는 이 단어. 중년층이 사회를 받쳐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다를 바 없습니다. 중년이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합니다. 이를 격투기를 통해 날려버리는 것이죠. 게다가 자신이 수련한 격투기 실력을 시험해보고자, 혹은 증명하고자 사각링에 오르는 중년들을 보고 있노라면 현역 선수들에게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이 다가옵니다.

‘나이스 미들’이 재미있는 건 A 선수와 B 선수의 대결을 매스컴에 어필을 할 때 선수 이름 밑에 직업을 넣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 VS 아르바이트생’ 또는 ‘변호사 VS 무직’ 이런 식인 것이죠. 옛날 이종격투기 카페에서 엄청난 이슈로 설전이 오갔던 ‘농부 VS 어부’의 실제 버전이 이 대회에서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대회는 상금이 없습니다. 오히려 출전비 형식으로 선수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티켓을 팔아와야 합니다. 한 장에 우리 돈 3만 원 정도 하는 티켓 15장을 주변 지인들에게 팔아서 시합 주관사에게 납입해야 합니다. 시합의 전체적인 운영을 위해서 선수들이 직접 발로 뛰어야 하죠.

이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년들이 대회에 출전합니다. 비록 중년이고 현역 선수는 아니지만 남자로서 가슴에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표출하기 위함이랄까요. “건강을 위해 시작했던 격투기가 건강 차원을 넘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링에 오르기까지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티에이징”이라고 말하는 ‘나이스 미들’의 목표가 중년이 된 제게도 제법 설득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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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 관장(좌측 끝)과 팀 올드보이

얼마 전 제가 운영하는 의정부 원투 체육관 소속 선수들이 맥스 FC 퍼스트 리그에 출전했습니다. 이들은 체육관 내에서 ‘팀 올드보이’라고 불리는 평균 나이 40세의 선수들입니다. (랭크5 5월22일자 기사 참조)

이들의 경기 후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입식격투기는) 정말 재미있는 운동이다. 나를 비롯해 형님들 모두 이 운동을 좋아한다”라며 “다만 경기를 자주 하고 싶은데 상대가 없어 난감하다. 오늘도 나보다 많이 어린 친구와 경기를 했는데 마치 20대가 몰려 있는 클럽에 가는 느낌이었다”라는 말을 듣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끔 일본 지인들과 만나서 얘기할 때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男なら死ぬまで戦う (오또코 나라 시누마데 다타가우)

“남자라면 죽을 때까지 싸운다”라는 뜻입니다. 직장, 자신이 소속된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년 남자들을 위해 우리도 일본의 ‘나이스 미들’같은 무대가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今日はここまで(교와고코마데) 오늘은 여기까지~

남일 (의정부 원투 체육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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