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관장의 격투기 일본어 – 시작, 거기까지(일본 가라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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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5=남일 칼럼니스트] 안녕하십니까. 남일 관장입니다. 칼럼을 제안받고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무엇부터 써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일본 격투기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만난 선수들과 또 눈으로 직관한 대회들을 생각해보며 하나하나 적어보려고 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일본어는 はじめ, ここまで, そこまで (하지메, 고고마데, 소코마데)입니다.

일본 가라데 혹은 유도 경기를 보면 많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はじめ, ここまで, そこまで라는 표현인데요, はじめ(하지메)라는 말은 처음 또는 시작이란 뜻입니다. 양 선수가 마주 보고 심판이 “はじめ(하지메)”라고 말하면 경기 시작을 알리는 것입니다.

ここまで(고고마데: 여기까지), 또는 そこまで(소코마데: 거기까지)라는 말은 당연히 여기까지 또는 거기까지 하고 멈추라는 뜻이 되겠지요. 어떠한 이유로 경기를 멈추거나 혹은 경기가 끝났을 때 하는 말입니다.

일본 격투기의 시작은 가라데[Karate, 空手道(공수도)]입니다. 물론 유도나 주짓수, 레슬링 등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일본의 가라데는 마치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우러 가는 것과 같습니다. 무술에 관심이 있는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처음 시키는 무술이죠.

가라데에서 가라(空)는 비어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손을 뜻하는 데(手)를 붙여서 만든 말이죠. 우리말로 직역하면 비어있는 손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에선 일본어 가라데 또는 한자 그대로 읽어서 공수도라고 말합니다.

혹자는 다른 두 개의 한자 때문에 다른 무술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은 같은 무술입니다. 일본어에는 우리에게 없는 ‘훈독(뜻을 읽는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자 七 星을 우리는 읽을 때 “칠성”이라고 읽지만 일본어로는 일곱 별이라고 읽기도 합니다. 이렇게 뜻을 읽는 것을 ‘훈독’이라고 합니다.

음독과 훈독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에 가라데와 공수도를 다른 무술로 아는 국내의 무도가들을 보면 아쉽기도 합니다.
(※ 편집자 주 : 한국에도 훈독이 있습니다만 자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한자 山을 우리는 뫼 산이라고 말하죠. 여기서 뫼는 훈독이고 산은 음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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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데는 도복, 띠 별 실력 구분, 품새 등 비슷한 것들이 많다.(사진 : 극진 가라데 교류전)

일본의 가라데는 우리의 태권도와 매우 흡사합니다. 하얀 도복, 띠 별 실력 구분, 태권도에 있는 품새와 같은 카타(型) 등 흡사한 점이 매우 많습니다.

태권도와 가라데의 수업 방식은 많이 다릅니다. 가라데를 수련하는 아이들이 수업을 할 때 부모님이 참관합니다. 체육관을 가보면 도장 뒤편에 수건과 물통을 들고 아이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참관하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시죠.

아이들의 수업 자세도 진지합니다. 장난치는 모습이라던가 응석 부리는 아이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관장의 엄격한 지시를 눈물을 흘리면서 꿋꿋이 참아내가며 훈련에 임합니다. 이를 모습을 보면 일본이 왜 격투기 강국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참관하는 부모님도 전적으로 관장님을 믿습니다. 수업에 단순히 참관할 뿐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가 과연 이들을 이길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렇듯 가라데는 일본의 대중 무술이지만 일본 고유의 무술은 아닙니다. 일본은 사무라이의 나라입니다.  무사의 기본은 검, 즉 검술이 중요한 무술입니다. 이런 이유로 검도가 매우 발전되어있지만 사실 가라데 인구만큼 검도의 인구가 많지는 않습니다.

참 이상하죠. 칼을 쓰는 이들이 정치, 경제를 좌우했던 나라인데 가라데(Karate, 空手)는 ‘비어있는 손’을 뜻하는 무술이 일본을 대표한다는 것. 일본 역사와 문화에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가라데는 오키나와테(沖縄手)라는 무술에서 유래됐습니다. 오키나와(沖縄). 일본 열도 서남단에 위치한 이 섬은 원래 일본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류큐(琉球) 왕국이라는 이름의 나라로 존재했죠. 일본에 침략당해 망한 이후 사탕수수를 본국에 바쳐야 하는 가련한 운명을 맞이한 나라입니다. 가라데는 이 땅의 토속 무술입니다.

刀狩り(かたながり, 카타나가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카타나가리란 카타나(刀)는 칼을 뜻하고 가리(狩り)는 사냥이란 뜻합니다. 즉 刀狩り(카타나가리)는 칼을 사냥한다는 뜻입니다.(한국에선 도수령이라고 표기, 편집자 주)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일으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내린 명령으로, 일본을 통일한 후 무사 이외는 칼을 소지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그 내용입니다.

카타나가리가 반포된 이후 오키나와 또한 칼을 비롯한 무기를 소지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맨손으로 그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무술이 바로 가라데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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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데가 유명하게 된 것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최영의(최배달)에 의해서다.

도수령이 반포된 후 오키나와 사람들이 만든 무술은 한국인을 통해 일본 대중에게 각인됩니다. 일본명 大山 倍達(오야마 마스다스), 한국명 최영의(최배달) 선생님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영의라는 인물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아는 일본인이 아직도 많지 않다는 겁니다. 가끔 일본 지인들과 만나서 무술 이야기를 하다가 최영의 선생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아냐고 물어보면 굉장히 놀랍니다. 심지어 극진 가라데(極真 空手)를 수련하고 있거나 수련했던 사람들조차도 이 사실을 듣고는 눈이 휘둥그레지죠.

다음 시간에는 어린 시절 가라데를 수련한 이들이 이끌고 있는 일본의 킥복싱, 종합격투기 무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今日はここまで(교와 고고마데, 오늘은 여기까지)

남일 (의정부 원투 체육관 관장)

8 댓글

    •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신 관장님입니다. 경험에서 공부해서 얻은 지식으로 쓴 글입니다. 함부로 폄하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공수도는 가라테(空手)의 한글 발음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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