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준의 ‘이선정’ 프로젝트…”권아솔과 로드FC 싹쓸이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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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거리에서 알아본 팬들이 얼마나 되나?”

이윤준 “한 5명 정도나 될까?”

기자 “챔피언이 되고서도 아직 얼굴이 많이 안 알려졌나 보다”

이윤준 “챔피언이 되고서가 아니라 선수생활 통틀어서 날 알아본 팬분들의 숫자다. 하하하”

이윤준(26,압구정짐)은 허탈하게 웃었다. 지난해 12월 로드FC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지만, 스타파이터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표정으로…. 이윤준은 인터뷰에서 “캐릭터가 너무 밋밋한가 보다. 혈액형은 B형이지만 나쁜 남자는 아니다. 이성에겐 ‘귀여움’으로 어필한다. 하지만 케이지 위에선 귀여움을 보여줄 수가 없으니…”라며 또 웃었다.

실력은 왕좌에 어울리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상승세가 가파르다. 통산 전적 8승 2패에 최근 6연승을 달리고 있다. 창으로 찌르는 듯한 펀치와 킥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이제 나이가 만 26세다. 앞날이 창창하다. 남의철, 권아솔 등 그와 스파링을 해본 대한민국 대표 파이터들은 이윤준의 가능성에 엄지를 들어올린다.

압구정짐의 박창세 감독은 ‘특별히 요구할 것이 없는 선수’라고 극찬한다. “선수들에게 경기를 앞두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현재 이 상태면 진다, 이긴다를 분명히 말해준다. 권아솔의 경우, 마지막까지 스파링을 통해 전략적인 움직임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막판에 가서야 완성되는 스타일이다. 쿠메 타카스케 전이나 이광희 전 때도 마지막에 완벽히 패턴을 흡수했다는 느낌이 왔다. 경기를 하루 이틀 앞두고 이 경기를 이기겠구나 싶었고, 그때야 권아솔에게 ‘네가 이길 것이다’ 말해줬다”는 박 감독은 “그런데 이윤준은 내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최근 경기에서 이윤준이 지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특별한 전략을 더한다기보다 컨디션만 유지하도록 한다”이라고 밝혔다.

이윤준은 오는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23’ 메인이벤트에서 도전자 문제훈(31,옥타곤멀티짐)을 상대로 타이틀 1차 방어에 나선다. 박 감독은 “6대 4로 이윤준이 앞선다. 특별히 질 것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강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챔피언, 이윤준의 성장스토리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강원도 횡성 출신인 이윤준은 중학교 2학년 때 동네에 생긴 공권유술 체육관에서 운동을 처음 접했다. “전찬준 사범에게 배웠다. 택견도 수련한 분이라 발차기가 매우 날카로웠는데, 그 기술들을 하나씩 전수받았다. 난 펀치가 강한 편은 아니다. 키커(kicker)에 가깝다. 형태는 조금 바뀌었지만 지금의 발차기는 그때 틀이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대학교(당시 충주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내가 공부를 곧잘 했다”고 자랑한 이윤준은 공군 입대 후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여자 친구 이야기를 꺼낼 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떠난 여자 친구의 빈 자리를 종합격투기가 채워줬다고 한다. “정찬성의 WEC 레너드 가르시아 전을 보고 종합격투기를 해야 겠다고 결심했다”는 이윤준은 제대 후 대학교를 휴학하고 당시 정찬성의 소속팀 코리안탑팀에 들어갔다. 프로 파이터의 길로 들어선 순간이었다.

2013년 정찬성이 자신의 체육관 ‘코리안좀비MMA’를 설립할 때 창단 멤버로 참가했다. 그러나 체육관 경영권을 놓고 잡음이 생기자 이곳을 탈퇴해 프리로 활동했다. 2013년 10월 카마야 마코토 전은 원주 팀포스에서 준비했고, 이듬해 창단한 팀원에 합류해 본격적인 승수쌓기에 나섰다. 페더급과 밴텀급을 오가며 김원기, 타라시마 코스케, 티아고 실바에 승리했고 전 챔피언 이길우까지 꺾어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국내 최강자가 됐지만, 짧은 기간 여러 번 소속팀을 옮겨 적지 않게 마음 고생을 했을 법한 이윤준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기자 “팀 선배 권아솔처럼 독설가가 될 수는 없나?”

이윤준 “글쎄, 그것도 타고나야 되는 것 같다. 난 권아솔처럼 말솜씨가 있는 편이 아니다”

기자 “리얼다큐 ‘주먹이 운다’에서 페더급 챔피언 최무겸과 코치로 서보는 건 어떤가? 마지막엔 최무겸과 타이틀전을 펼치는 것으로”

이윤준 “좋은 생각이다. 나야 대환영이다. 그런데 방송사에서 반가워할까? 유명하지 않고 재미도 없는 두 챔피언을 중심으로 방송을 제작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기자 “흠…”

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않을 때, 이윤준은 커다란 포부 하나를 꺼냈다. 실력으로 로드FC를 평정하면 당연히 더 유명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타 체급 정상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것을 ‘이선정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자신의 밑에 랭킹을 ▲1위 김수철 ▲2위 이길우 ▲3위 문제훈 ▲4위 조영승 ▲5위 김민우 ▲6위 홍정기 ▲7위 박형근 ▲8위 김종훈 ▲9위 한이문 순으로 보고 있다. “사실 문제훈 다음으로 가장 명분이 있는 도전자는 김수철이다. 여러 번 훈련을 통해 김수철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 나와 승률을 5대 5로 본다. 하지만 김수철은 ONE 챔피언십과 계약돼있어 로드FC 타이틀전선에 곧장 투입되긴 힘든 상태다. 그 밑의 선수들은 몇 차례 경기를 통해 넘버원 컨텐더를 가려야 하고, 그 다음 나와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제훈을 꺾은 뒤엔 시기상 타 체급 타이틀 도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2월 최무겸이 서두원에게 승리한 뒤, SNS를 통해 최무겸과 붙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 이윤준은 “최무겸은 남자의 싸움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밴텀급·페더급을 평정해 로드FC 최초 두 체급 챔피언에 오르면 더 유명해지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윤준은 하위 체급인 플라이급 챔피언과의 대결도 원한다. 챔피언 조남진과 잠정챔피언 송민종의 통합타이틀전 승자와도 붙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왕이면 로드FC에서 내게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송민종과 만났으면 한다. 60kg까지는 감량할 수 있다. 계약체중에서 붙어 보자. 경량급을 평정한 최강자가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트급까지는 무리”라고 밝힌 이윤준은 팀 동료 권아솔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동참해주길 바랐다. “권아솔은 최근 라이트급은 물론 미들급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플라이급부터 페더급까지는 내가, 라이트급부터 미들급까지는 권아솔이 정리하는 그림은 어떤가. 권선정과 이선정이 로드FC를 정리한다면 분명 화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선정’은 우리나라 격투기팬들이 파이터의 레벨을 평가할 때 ‘권아솔 선에서 정리된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려진 줄임말로, 이젠 권아솔의 별명으로도 쓰인다. 이윤준은 로드FC 플라이급(60kg 계약체중)·밴텀급·페더급을 ‘이윤준 선’에서 정리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선정 프로젝트’는 일단 문제훈이라는 강력한 도전자를 꺾어야 출발이 가능하다. 문제훈은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의 파이터. 태권도 스텝과 발차기을 접목해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윤준은 “문제훈은 그리 위협적인 도전자는 아니다. 두렵다는 느낌이 없다. 정찬성이나 김수철 등은 스파링할 때도 이들이 날 죽이러 오는구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훈과 예전에 같이 훈련해봤을 땐 그런 것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객관적으로 스피드에선 문제훈이 우위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짤짤이(포인트를 쌓기 위한 힘이 실리지 않은 타격)일 뿐이다. 도망가는 상대는 잡으러 간다. 1라운드에 끝낸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레슬링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문제훈은 그라운드 실력을 우습게 보진 않는다. 탄탄한 편이지만, 요즘 파운딩을 많이 연습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온다면 파운딩으로도 경기를 끝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준과 문제훈은 킥을 잘 쓰는 파이터들이다. 이윤준은 “문제훈의 킥은 굉장히 빠르다. 하지만 난 거리가 더 길다. 신체비율로 보면 다리가 긴 편이다. 내가 더 결정력이 뛰어난 키커라는 사실을 이번 경기에서 증명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2년 뒤엔 세계 레벨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고 예상한다. “지금은 한창 성장할 때다. 이제 조금 기량이 올라온 정도다. 2년 후 진정한 전성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윤준은 2년 후 ‘이선정’이 UFC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지금보다 더 유명해져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때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이라고 묻자 이윤준은 “그럴 일은 없다. 에이 설마”라며 불안한 듯, 또 웃었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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