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악연’ 최홍만과 밥 샙, 선수와 임원으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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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6월 14일 ‘K-1 월드 그랑프리 2005 히로시마 대회에서 익살스럽게 파이팅포즈를 취한 두 거구 최홍만과 밥 샙. 레이 세포가 가운데서 이들을 막는 조연을 맡았다.

2005년 6월 14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2005 히로시마 대회(K-1 World Grand Prix 2005 in Hiroshima)’.

톰 하워드에 니킥 TKO승을 거둔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4)과 나카오 요시히로·호리 히라쿠·토미하라 타츠후미를 연파하고 일본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한 ‘야수’ 밥 샙(41)이 대면한 것은 대회를 마무리하는 폐막식에서였다.

앞선 3월 우리나라 K-1 홍보행사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둘은, 이날 수십 명의 취재진 앞에서 서로를 향해 주먹을 겨누는 퍼포먼스로 쇼맨십을 발휘했다. 여기에 ‘덩치가 작은(?)’ 레이 세포가 가운데서 두 거구를 말리는 조연으로 가세해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3개월 후인 9월 25일, 최홍만과 밥 샙은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K-1 월드 그랑프리 2005 16강 개막전(K-1 World Grand Prix 2005 in Osaka)’에서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만났다. 최홍만은 이날 밥 샙에게 한 차례 스탠딩 다운을 얻어낸 끝에 판정승을 거둬 ‘K-1 월드 그랑프리 8강행 티켓’을 따냈다.

K-1 링에서 격돌한지 정확히 10년 후, 두 선수가 우리나라 단체 ‘로드FC’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선수 대 선수’가 아닌 ‘선수 대 임원’으로 재회한다. 최근 최홍만은 파이터로, 밥 샙은 부대표로 로드FC와 연을 맺었다.

밥 샙은 28일 선수가 아닌 부대표 자격으로는 처음 우리나라에 입국해 오는 5월 2일 ‘로드FC 23’을 참관한다. 5월 1일 계체도 참석할 예정이다. 최홍만이 이 대회가 열리는 장충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낼지 아직 미지수. 로드FC 측은 “정확히 스케줄이 잡혀있지 않다. 그러나 두 파이터가 만날 가능성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홍만은 5년 6개월 만에 격투기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27일 로드FC와 계약 사실을 발표하면서 “로드FC는 아시아 최고의 단체다. 로드FC는 나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해줬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나도 로드FC와 함께 한국 격투기의 강함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밥 샙은 지난 6일 로드FC 부대표로 취임했다. 정확한 직함은 ‘공동 부사장 겸 글로벌홍보사업부문장’. 올해를 세계화 원년으로 삼은 로드FC가 해외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밥 샙을 부대표로 선임했다고 한다. 밥 샙은 “로드FC를 아시아 최고 이벤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2002년 K-1의 최강자 중 하나인 어네스트 호스트를 두 번이나 잡아낸 밥 샙은 최홍만의 깜짝 등장으로 ‘K-1 최강의 거인’ 자리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우연찮게 2005년 최홍만에게 당한 패배를 시작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는데, 선수생활을 이어나간 2013년까지 입식격투기 1승 12패와 종합격투기 4승 15패로 성적이 저조했다.

반면, 최홍만은 밥 샙 전 승리가 격투기 스타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됐다. K-1을 대표하는 거인 파이터로 도약했고, 자신감까지 얻어 이후 K-1 상위클래스 파이터들과 경쟁했다. 2005, 2007, 2008년에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8에 들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K-1의 라이벌로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고, 빼앗긴 두 파이터가 10년이 지나 선수와 부대표로 함께하는 모습은 눈길을 끌 만하다. 그들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면, 이번엔 주먹을 겨누는 게 아니라 어깨동무를 하며 브이자를 그릴지 모른다.

또 다른 관심사는 두 선수의 재대결 가능성이다. ‘선수 대 선수’로 케이지 위에서 마주하게 될 확률은 없을까. 로드FC 측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최홍만과 밥 샙의 재대결 가능성을 지금 언급하기는 힘들다”면서 말을 아꼈다. 밥 샙은 2013년 11월 후지모토 유스케 전 이후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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