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용 “천재 아니니까 증명하고파…노력파의 끝이 어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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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중에서도 ‘상(上)야수’가 돼야 한다. 개성 강한 파이터들이 모인 ‘종합격투기 선수부’를 이끄는 주장이라면 연륜과 경륜, 실력과 실적, 무엇보다 팀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갖춰야 한다.

오는 13일 미국 괌의 종합격투기 대회 PXC(Pacific Xtreme Combat) 출전을 앞둔 코리안탑팀의 주장 김장용(30)은 인터뷰에서 “함께 훈련하며 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남자들이 전투력을 겨루는 곳이 선수부다. 힘과 힘이 부딪친다. 그래서 규율과 체계가 필요하다. 고참들이 스파링에서 혈기왕성한 신입의 기를 꺾어야할 때도 있고, 실력이 급성장한 후배가 선배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도록 지도해야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날 때부터 ‘장(長)’인 사람은 없다. 지금이야 특유의 성실함과 솔선수범으로 통솔력을 인정받는 김장용이지만 처음엔 불안했다. 김장용은 깜냥이 안 되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4년 전에 선배들이 차례로 독립하면서 나, 임현규, 양동이가 팀 최고참이 됐다. 하동진 감독과 전찬열 대표는 자유분방한 임현규, 양동이에 비해서 내가 그나마 낫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워낙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한다. 내가 앞장서야 하는 분위기에서 항상 뒤로 빠지곤 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선 도저히 도망갈 수 없었다. 코리안탑팀 주장이 내 생애 처음으로 맡은 ‘장’이 됐다. 다행히 하 감독, 전 대표의 카리스마로 팀의 체계가 이미 잡혀있었고 임현규와 양동이가 때마다 도와줘 큰 어려움 없이 주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실력을 증명해야 할 때가 있다. 스스로를 ‘천재형’이 아닌 ‘노력형’이라고 평가하는 김장용은 후배들에게 결과로 보여주기 위해 재능을 지닌 다른 파이터들보다 두세 배 노력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 영향 때문인지, 주장 완장을 찬 뒤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고 성적도 좋아졌다. 2011년부터 PXC에서 6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뒀고, 2013년 9월엔 마크 스트리글을 꺾고 PXC 페더급 챔피언에 올랐다.

UFC 진출이 마지막 과제였다. 계약가능성이 떠올랐을 때 김장용은 뛸 듯이 기뻤다. 지난해 8월 ‘UFC 파이트나이트(UFN)’ 마카오 대회에 출전 예정이던 한 선수가 부상당하면서 대체선수로 들어갈 기회를 잡은 것.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UFC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장용과 맞붙게 될 상대가 출전을 거부해버려 UFC와 계약이 진행되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한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김장용은 그때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대답 없이 그저 ‘허허’ 웃기만 했다.

새로운 시작으로 삼은 경기가 오는 13일 미국 괌 PXC 47에서 펼치는 야치 유스케(24, 일본) 전이다. 김장용의 PXC 페더급 타이틀 2차 방어전. 야치는 야마모토 노리후미, 박광철이 이끄는 일본의 명문 킬러비 소속으로 12승 4패의 전적을 기록 중이다. 12승 중 10승을 판정으로 따낸, 워낙 끈질긴 스타일이라 김장용은 5라운드 판정 승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5라운드 경기를 세 번 뛰었지만 판정까지 간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체력훈련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장용은 시그니처 기술인 기무라에서 연결되는 다양한 서브미션도 강화했다. 그는 기무라의 달인이다. 기무라에서 스윕, 기무라에서 암바, 기무라에서 비스트초크 등 다양한 파생기술도 가지고 있다. 이번엔 기술의 디테일을 가다듬었을 뿐 아니라 강한 그립을 잡기 위한 근력도 키웠다. 동계훈련에서 철봉운동에 주력한 덕분이다. 광배근이 커져 그의 가오리 모양 등판은 더 넓어졌다.

‘상(上)야수’는 여전히 UFC 진출을 꿈꾼다. 그것은 10년의 노력을 보상받는 길이기도 하지만,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행동이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김장용은 “코리안탑팀 주장으로서 할 일은 큰 무대에서 톱클래스 파이터들과 겨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부적인 재능의 다른 파이터들과 난 다르다. 더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 노력형 파이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때로는 흔들리는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장용은 후배 김한슬, 곽관호와 PXC 47에 동반 출전한다. 김한슬은 대회 더블 메인이벤트에서 웰터급 챔피언 제바치안 카데스탐과 타이틀전을 펼치고, 6연승을 노리는 밴텀급 곽관호는 트레빈 존스와 만난다. 김장용은 “후배들의 기운을 받아 4연승을 이어가겠다. 코리안탑팀이 전승을 따낼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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