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솔 “이광희에 1% 가능성도 주지 않는다…심리치료 받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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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4kg이다. 단기간에 체중을 한꺼번에 빼는 수분감량은 나와 안 맞는 것 같다. 식단을 조절해 지금부터 계체 전날까지 조금씩 줄여가는 다이어트가 낫다.”

한 달 후 경기를 위해 설 연휴까지 반납한 ‘권선정(권아솔 선에서 정리된다)’ 권아솔(28, 팀원). 그는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감량계획을 설명하다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감량이 너무 힘들다.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나만 더 고통스러운 것 같다. 몸이 죽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중엔 속편하게 로드FC 미들급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감량이 고돼 추후 체급을 올려 활동하고 싶다는 뜻은 알겠지만, 웰터급이 아닌 미들급이라니 조금 놀랐다.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벤 헨더슨도 웰터급 브랜든 태치를 4라운드까지 끌고 가서야 겨우 잡지 않았나.

권아솔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 미들급 선수들은 완성형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할까? 반쪽짜리가 많다. 이둘희, 손혜석, 안상일, 전어진 등 모두 해볼 만하다. 지금 붙을 수도 있다. 차정환과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웰터급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라이트급 파이터가 두 체급 위를 이길 수 있다고 여유롭게 웃으면서 말한다? 로드FC 미들급 전체 파이터들의 공분을 살만한 대담한 발언이었다. 이것이 권아솔의 인터뷰 스타일. 평범한 질문에도 자극적인 대답이 쏟아진다. 권아솔과 대화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화제가 자연스럽게 ‘트래시토크’로 이어졌다. 그는 “예전에는 내가 트래시토크를 하면, 남의철이나 김도형처럼 마음이 상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지금은 이형석 같은 후배들이 날 겨냥한다. 반가운 일이다. 이형석에게 마음껏 도발하라고 허락했다. 내 이름이 한 번 더 거론되는 거니까”라면서 “우리나라 선수들도 트래시토크를 점점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우리나라 트래시토크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트래시토커’ 권아솔은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다면 네 명의 MC를 입심으로 상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다. 최근 로드FC가 자체 제작하는 인터뷰영상 ‘염희옥의 유쾌한 인터뷰’에 사회자가 됐는데 선수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너무 즐겁더라. 몰랐는데, 내게 예능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아솔은 지난해 7월 강적 쿠메 타카스케를 판정으로 꺾고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오는 3월 21일 ‘로드FC 022’ 메인이벤트에서 첫 번째 타이틀방어에 나선다. 상대는 2007년 스피릿MC 링에서 두 차례 뼈아픈 KO패를 안긴 ‘크레이지’ 이광희(28, 화정익스트림컴뱃). 권아솔이 자타공인 국내 최강자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동갑내기 숙적이다.

‘이광희’라는 이름은 이날 인터뷰의 핵심키워드였다.

권아솔의 첫 마디는 “이광희가 뷰실 콜로사와 맞대결을 피했다고 하던데?”였다. 그는 먼저 자신과 이광희, 뷰실 콜로사 그리고 쿠메 타카스케를 묶어 비교하면서 원쿠션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이광희가 뷰실이나 쿠메를 이길 수 있을까? 브루노 미란다에게 1라운드 KO패한 이광희가 그보다 타격이 좋은 뷰실을 이긴다고? 이광희가 쿠메의 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 생각해봐라. 난 이미 쿠메를 잡았다. 나와 뷰실의 대결을 상상하면, 분명히 승산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것이 이광희와 나의 차이다. 내가 로드FC 챔피언 벨트를 외국인 강자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

자신감의 근거는 “이광희보다 완성돼있다”는 것. 그는 7년 7개월 전과 많은 것이 달라져있다고 설명했다. 권아솔은 “그때 이광희는 어린 나이에 비해 경험이 많았고 덩치도 컸다. 헤비급 경기를 뛰다가 체급을 내려 70kg급으로 온 것이어서 힘도 셌다. 당시 ‘슈퍼코리안’ 출전자들 모두가 이광희를 경계하고 있었다. 게다가 외모도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 보였다”며 웃었다.

이어 “반면 그때 내 몸은 고등학생 같았다. 얼마 전 예전 사진을 봤는데 정말 ‘애기’ 같더라. 전략도 특별하게 없었다. 경기가 아니라 싸움을 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패배 이후 닥치는 대로 경기에 나서며 경험을 쌓았다. 우물 안 개구리는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오퍼가 오면 고민하지 않고 출전했다. 곧 30전이 된다.(현재 27전 19승 8패) 몸도 더 커지고, 힘도 제법 쓸 줄 알게 됐다. 경험적으로, 기술적으로 이광희보다 내가 우위에 있다. 이광희는 예전 강력했던 포스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지금 힘으로 부딪쳐도 내가 이긴다”고 확신했다. 

권아솔은 가장 향상된 능력으로 레슬링을 꼽았다. “팀원에 합류해 박창세 감독에게 레슬링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박창세 감독은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레슬링을 가르쳤고,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테이크다운 방어만 하던 반쪽 파이터에서 쿠메의 레슬링에 대응할 정도의 웰라운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뿌듯해 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광희 스타일이야 뻔하다. 몇 대 맞으면 흥분해서 날뛸 것이다. 붙어서 타격전을 펼치려고 할 것이다. 테이크다운 시도도 해보겠지만, 날 테이크다운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이광희 스스로도 알지 않을까. 쿠메에게도 쉽게 넘어가지 않은 나다.” 

거침없는 연타, 불을 뿜었다. 권아솔은 이광희보다 경험, 기술, 힘 모두 우위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결정적인 하나가 남아있었다. 이번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만한 ‘마지막 한 조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두 번의 패배를 안겨준 상대와 치르는 3차전, 심리적 압박은 없는지 물었다.

권아솔은 이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매번 말하지만, 솔직히 그런 건 전혀 없다”고 간단명료하게 답하더니 ‘심리치료’라는 단어를 갑자기 꺼냈다.

그가 인터뷰 내내 반복적으로 한 말이 있다. “이광희에게 1%의 가능성도 주지 않겠다”였다. 3차전에서 반더레이 실바에 통쾌한 실신 KO로 복수한 퀸튼 잭슨처럼 두 번의 패배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승리를 따내는 것이 이번 경기에 나서는 권아솔의 목표다. ‘완벽한 승리’를 계획하고 있다. “이광희에게 1%의 가능성도 주지 않겠다”는 말은 변수가 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제거하겠다는 뜻이었다. 만약을 위해 심리치료까지 받겠다고 했을 때, 그 결의가 얼마나 단호한지 비로소 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른다.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의식하고 있지만, 무의식 속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 안에 내가 모르는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 경기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면 곤란하다. 그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곧 정신과에서 심리치료를 받을 것이다. 혹시나 있을 무의식 속 부담이나 압박까지 완전히 걷어내고 싶다.”

그는 이광희의 난타전 유도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광희는 강력한 맷집을 내세워 근접전을 즐기는 저돌적인 파이터다. 이광희와 뒤섞이는 건 일말의 가능성을 주는 행동이라고 보고 있었다. “철저히, 아주 철저히 준비한 전략대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1차전은 관중들이 일어나 환호한 경기였다. 그런 분위기는 처음이어서 나도 같이 흥분하고 말았다. 냉정하게 경기를 펼쳤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날의 패배를 통해 분위기에 섞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번에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고 전략대로 경기할 것이다.”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으로 이어지면 빈틈이 생긴다. 권아솔은 압승을 위해 이마저도 경계했다.

“지금 와선 보면 이광희가 대단한 선수기는 하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국내 정상에도 올랐다. 선수로서 존중한다. 흔히 말하는 ‘리스펙트’의 개념이라고 할까? 쿠메를 넘어야할 벽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광희를 넘어야할 큰 벽이라고 여기고 일전를 준비할 것이다.”

우리나라 종합격투기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들이라면 권아솔과 이광희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안다. 두 파이터는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역사를 관통하는 라이벌이다. 20대 초반 만나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이 되기까지 끈적끈적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팬들은 ‘둘이 전생에 부부였던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3차전으로 종지부를 찍겠다”는 권아솔도 이광희와의 관계는 죽을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함께 거론될 일이 많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두 번이나 싸웠고, 종합격투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활동해온 동갑내기라 전우애가 생긴 것 같다. 기사를 항상 챙겨보게 된다. 이광희가 경기할 때면 괜히 응원을 하게 되더라”고 했다.

3차전을 앞두고 그는 끊지 못할 인연의 이광희에 당부 그리고 도발이 뒤섞인 메시지를 전했다. “1, 2차전은 여전히 회자되는 국내 격투기 최고의 명승부였다. 이광희가 잘 준비해 나왔으면 한다”며 “잘 준비된 이광희에게 완승을 거두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두 선수를 3차전까지 치르면서 친분을 유지하는 UFC의 대표적인 동갑내기 라이벌 벤 헨더슨과 도널드 세로니에 비유해봤다.

여기서 권아솔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며 웃었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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