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하 칼럼] '하나미치(花道)', 연재의 시작에 앞서 남기는 짧은 말

정윤하 기자 / 2016.10.04 06:48


'일본의 종합격투기'는 특이하다. 승자와 패자의 합의가 있는 '프로레슬링'이라 불리는 유혈의 마술이 이들의 아버지다. 아버지의 외도는 사생아를 낳았고, 그 사생아들은 차별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투쟁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 발자취가 '일본 종합격투기의 역사'를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1970년대 '이종격투전'이라는 당대의 아이디어를 고안한 신일본 프로레슬링, 1980년대 '실전 지향'을 모토로 킥, 서브미션, 레슬링이라는 경기 운영을 고집한 UWF, 1990년대 '진검승부'라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 종합계, 2000년대 전성기를 맞은 '회색의 시대' 그리고 처절한 몰락.


이 모든 발자취 속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담겨 있다. 시대적 향기, 미지의 것에 대한 도전 정신, 강함과 생존 사이에 서 있던 남자들의 채취, 푸른 꿈을 들고 달려가던 청춘의 도원향. 이런 것들이 만든 격투기의 역사는 현재 신 스포츠로서 승승장구하는 종합격투기 전성시대의 태동이 됐다.


나는 이 '태동의 역사'를 소개하려 한다. 일본의 종합격투계가 프로레슬링에서 나온 이유, 종합격투기의 길을 닦은 프로레슬러들이 하려고 했던 것, 이것들이 현 일본 종합격투기판에 남긴 흉터 등을 말하려 한다. 그리고 일본 종합격투기가 향후 어떤 곳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 한다.


'하나미치(花道)'는 프로레슬러, 종합격투가, 스모 역사(力士) 등이 등장하는 통로를 의미한다. 이곳에는 선수와 관객들의 꿈, 희망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꽃길'이라는 한자는 신비스럽고도 영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본 격투계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재밌게도 하나미치는 위에서 말한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의 뜻도 갖고 있다. 화려했던 모든 시절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즉 '은퇴'의 의미다. 일본 종합 격투계는 지금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이들 앞에 있는 하나미치가 화려한 꽃길이 될지, 아니면 영광스런 시대를 뒤로한 채 떠나는 은퇴의 길이 될지, 우리는 모른다.


정윤하 칼럼니스트 39nufc@gmail.com / 39yuta.blog.me

 

*정윤하 칼럼니스트는 2007년부터 랭크5, 스포티비뉴스, 엠파이트 등 미디어에 격투기 글을 연재했다. 국내 유일의 U계 일본 격투기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언론 기고 및 팟캐스트 출연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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